비상구.
01.25.2008
no comment
그 언젠가도 그랬다. 그 어느 날 아무것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외로움 속에서 나 자신도 나 자신에 대해서 한 없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고 심지어 불쌍함에 대한 동정심 따위도 들지 않았었다.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바뀌었을 거라 생각했다. 꼭 다짐하고 가슴에 칼을 들어 새겨두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직도 가슴보다는 머리로 행동하는 것이 더욱 많다. 가슴으로는 한참 아프게 울고 짖지만, 내 머리와 가슴의 거리는 그 울음의 단 한 방울의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멀리 있다.
차라리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새겨둘걸 그랬다.
가슴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연산된 결과이고, 그 자체에 있어서도 그나마 이렇게 슬퍼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면이 없다는 것에 어쩌면 더 슬플지 몰라도, 이렇게 반복되는 가슴의 아픔보다는 차라리 모른 체 머리로 생각할 수 있음이 어쩌면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편리했을지도 모르겠다.
…
…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아무리 탈출하고 싶더라도 세상 그 어느 곳에도 비상구는 없다. 더욱 처절하게 더 아파하고 울부짖고 또 다시 반성하고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그리고 그 끝을 모를 만큼 깊은 슬픔의 끝자락쯤까지 와서야 결국은 이겨내며, 그렇게 한발씩 나아갈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