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일분이 한 시간 같았고, 한 시간이 하루 같았네. 시간이라는 거 이렇게나 심지어 잔인하다고 싶을 정도로 느리게 갈 수 있는 거라는 거 잘 몰랐었어. 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었거든. 생각해보면 10월이라는 한 달은 정말로 모두에게 많이 힘들었던 달이었구나. 뒤돌아보면 너무나 길었던 시간들, 진짜로 정말 마지막이고 끝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나 바. 그래서 너무나 힘들었었고, 아파했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거 어쩌면 괜찮은 것 아닐까 싶어. 어쩌면 정말로 많이 사랑했었다는 것의 증거이지 않을까? 누군가의 이야기들처럼 오래된 연인들은 헤어져도 하나도 아픈지도 모르고 살아간다는 말 정도는 거짓말인 것도 알아버렸으니깐.
뒤돌아보니 지난 한 달을 내내 술과 하루를 보냈었네. 일이 아니더라도 술이 없으면 잠도 잘 못 들었거든. 혼자서 천장을 바라보며 뒤적이기도 하고, 내내 핸드폰만 바라보기도 하고 받지 않을 전화기에 계속 통화 버튼만 누르기도 하고, 그렇게 기다리면서 몇 번이나 그리웠다 미워했다 그리웠다를 반복했던 것 같아. 사람은 원래 자기에게 너무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 들에 대해서 까먹곤 하잖아. 언제나 기쁠 때든 힘들 때든 슬플 때든 아무 때나 바로 옆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깐 마음대로 기뻐해서도 안될 것 같고, 마음대로 힘들어도 안될 것 같아.
마지막으로 무작정 찾아갔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해왔었으니깐, 어쩌면 목소리만으로도 알겠더라고. 마지막으로 명동역에서 잠깐 이야기 나눴을 때 내가 물어봤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말이야.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정말로 눈치채지 못하는 사소한 것부터 너무나 다른데, 그렇게 몇 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가 익숙하지 않은 대함과 거리에, 지금까지 그렇게 서로 많은 힘든 일이 있었는데도 느끼지 못했던 거리가 느껴지던 거 있지. 그렇게 방어 하는 자세에 얼마나 많이 힘들어했었을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나긴 주말을 이것 저것 둘러보고 아무리 다른 곳으로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도 보이고 느끼고 경험하는 사소한 한가지 한가지에 계속 추억이 생각나서 너무나 가슴 아프게 보고 싶더라. 그냥 너무 보고 싶어도 이제는 내가 그럴 수 없는 곳에 빠져있다는 것 잘 알기에 더욱 가슴 아프기도 했었어. 많이 미안했고.
그래도 괜찮아.
벌써 얼마나 지났다고 많이 괜찮아졌어.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바쁘게 살아갈 테니깐 그럼 더 괜찮을 거야. 상처를 없애고 너를 잊어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널 계속 기다리는데 너무 아파서 나에게까지 상처 입히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야. 적당히 아프고 적당히 그리워하면서 나중에 돌아오면 보여줄 수 있을 멋진 모습하고, 그때부터 또 다시 새롭게 만들 수 있을 추억들에 대해서만 상상하며 있을 테니깐.
많이 고맙고, 많이 사랑해.
그리고 혹시라도 다시 사랑해도 된다면, 그때는 더 많이 사랑할게.
그럼 안녕.
